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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남성
  • 기자명 김종원 기자

이유 없이 쉽게 피곤해진다 했더니..."이유 있었네"

  • 입력 2023.11.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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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사진=pexels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일 년 내내 피곤하다거나,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쉽게 짜증이 난다거나 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만약 자신이 이런 경우라면 '숨은 빈혈' 증상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빈혈'은 혈액 속 철분 성분인 '헤모글로빈' 수치가 남성은 13g/dL 이하, 여성은 12g/dL 이하를 기준으로 진단한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잡아주고 전신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헤모글로빈이 적으면 전신이 '철 결핍 상태'에 빠지게 된다. 빈혈의 다양한 증상은 이러한 철분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숨은 빈혈'은 혈액 검사에서는 빈혈로 진단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철분 결핍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실제로 가임기 여성의 약 30%가 이러한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빈혈의 지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는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나타내는 '총 철결합능(TIBC)'이다. 혈액 속 철분은 트랜스페린이라는 단백질에 결합된 상태(혈청 철분)로 존재하는데, TIBC는 트랜스페린과 결합할 수 있는 철분의 총량을 나타낸다. 철분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트랜스페린을 열심히 늘려 철분이 결합하기 쉬운 상태를 만들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철분이 부족하면 TIBC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TIBC는 246~410μg/dL이 정상범위이며, 400μg/dL을 넘으면 철분 결핍 상태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49세 여성의 30%가 철분 결핍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거기에 빈혈을 앓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철분 결핍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체내 철분 결핍이 일어나면 숨 가쁨, 멍한 느낌, 피로감, 어지럼증, 냉증, 심계항진 등 다양하고 모호한 증상이 나타나 철분 결핍을 의심할만한 결정적인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다. 또한, 불안이나 우울증, 수면장애 등 정신적인 증상과 심부전 등 순환기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철분은 헤모글로빈의 제조에 사용되는데, 헤모글로빈은 적혈구 속 단백질로 폐에서 산소를 받아 온몸 구석구석에 전달하고, 대신 이산화탄소를 받아 다시 폐로 되돌려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철분은 생명 유지를 위해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또한, 호르몬 생성에도 필수적인 미량원소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해지면 생명 자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사용되지 않은 철분은 '페리틴'이라는 단백질로 골수나 간에 저장되고 체내 철분 저장량이 줄어들면 남은 철분은 심장, 뇌, 근육의 기능을 희생해 적혈구 유지에 사용된다. 반대로 저장된 철분을 다 써버리면 헤모글로빈이 건강한 적혈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해 빈혈이 생긴다.

즉, 빈혈 상태에 이르면 체내의 정상적인 생명 유지 기능이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빈혈, 즉 헤모글로빈이 낮아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처럼 철분은 우리의 몸에서 기능적인 형태의 헤모글로빈, 수송 역할의 혈청(트랜스페린과 결합), 저장 형태의 페리틴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숨은 빈혈의 지표로는 앞서 살펴본 트랜스페린 관련 수치(TIBC)를 보는 것보다 페리틴을 보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기준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가임기 여성의 정상 수치는 페리틴 15μg/L 이상, 헤모글로빈 12g/dL 이상이지만 최근에는 페리틴 30~50μg/L 이상, 헤모글로빈 13g/dL 이상을 정상 범위로 보는 연구들이 늘고 있다. 요컨대, 기존의 기준을 겨우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성인 여성의 철분 결핍률이 높은 것은 월경으로 인한 출혈이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올해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세 이하 여성의 약 17%가 WHO 기준치 기준 철분 결핍증이었다. 또한 페리틴 기준치를 50μg/L로 높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경 중인 여성의 77%가 철분 결핍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세계산부인과연맹(FIGO)은 역사상 처음으로 '월경하는 모든 여성과 여아는 빈혈뿐만 아니라 임신 중이 아닌 다른 시기에도 정기적으로 철분 결핍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발표했다.

철분 결핍이 되지 않으려면 가임기 여성의 경우 하루 15mg 정도의 철분 섭취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여성들이 섭취하는 철분은 평균 7mg 정도로 필요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필요량을 채울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100g 중 철분 함량은 돼지고기 13.0mg, 닭고기 9.0mg, 쇠고기 4.0mg이며, 달걀 1개에는 0.9mg, 참치 80g당 0.9mg이다.

또한 비타민 C나 식초, 구연산, 조개류 등에 많은 숙신산은 철분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에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시금치, 케일 등 일부 채소류와 콩류에 많은 옥살산염이나 차 등에 함유된 탄닌, 우유 등에 많은 칼슘, 위산을 억제하는 제산제 등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함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남성의 경우 철분 결핍증은 드물며, 철분 결핍증이 발생하면 위궤양이나 대장암 등 소화관에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질환의 존재를 의심해봐야 한다. 물론 폐경 후 여성도 마찬가지다. 

단, 채식주의자나 비건 채식주의자는 예외다. 음식에 함유된 철분에는 '헴철'과 '비헴철' 두 종류가 있는데, 육류나 생선에 함유된 '헴철'은 흡수가 잘 된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는 보통의 경우라면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다.

반면 육류나 생선을 먹지 않는 사람이 충분한 철분을 섭취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채소에도 철분이 들어있지만 채소만으로 필요한 양의 철분을 섭취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식물성 식품에 함유된 철분은 '비헴철'로 체내 흡수가 어렵다. 즉, 많이 먹어도 거의 몸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는 것이다.

철분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 사회에서 과소평가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방치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철분 결핍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건강검진이나 정기검진 시 철분 결핍의 지표가 되는 채혈 항목이 포함된 검사기관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혈액 속 철분 농도를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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